Blog Post

파주 예술 저널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건축 규제가 만든 미적 가치와 공간 평가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을 거닐다 보면 지상 삼 층을 넘지 않는 나지막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변 구릉지의 능선을 가리지 않도록 설계 단계부터 철저한 건축 규정을 적용한 덕분인데, 참으로 눈물겨운 배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자연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고결한 의지 덕분에 인공물과 자연의 경계가 부드럽게 무너집니다. 건축가들의 개성을 제약하는 규칙 같지만 오히려 그 한계 속에서 피어난 절제미는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외벽 장식을 배제하고 노출 콘크리트나 목재, 유리 같은 날것의 마감재를 고집한 부분도 흥미로운 평가 요소입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끼가 끼고 색이 변하는 과정까지 설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참으로 숭고해 보입니다. ^^ 다만 일부 공간에서는 콘크리트의 차가운 질감이 과도하게 강조되어 겨울에는 쓸쓸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시각적 피로감을 고려해 아늑함 점수를 매기자면 중간 등급에 머무릅니다.

담장을 없애고 도로와 건물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공간 배치 역시 분석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보행자가 걷다가 자연스럽게 미술관 마당으로 흘러들어 가도록 유도하는 구조는 꽤 영리한 설계입니다. ^^ 사유지의 경계를 허무는 너그러운 태도는 훌륭하지만, 조용하고 독립된 휴식 공간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간혹 어수선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열린 공간이라는 명목 하에 외부 소음이 여과 없이 유입되는 점도 아쉽습니다.

지형의 경사를 깎지 않고 그대로 살려 건물을 얹은 방식은 이곳의 미학적 완성도를 높입니다. 비탈을 따라 흐르듯 배치된 계단과 비정형 창문들은 도심의 규격화된 빌딩에서는 보기 힘든 시각적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 비록 공간의 효율성이라는 상업적 가치는 다소 희생되었을지라도, 파주의 자연환경과 상생하려는 섬세한 시도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전체적인 조화로움을 기준으로 한 최종 등급은 역시 우수 등급이 마땅합니다.

마포/합정 인디 소셜 라운지 가이드